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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순 기록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필기’

노트 필기는 단순한 정보 기록의 수단을 넘어 학습자 뇌의 인지 과정을 적극적으로 자극하는 ‘사고의 확장’ 도구다. 많은 사람들은 강의나 책 내용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받아 적는 것이 효과적인 필기라고 믿지만, 심리학 연구는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가 아니라 ‘어떻게’ 필기하느냐다. 교육심리학자들은 필기를 정보 처리 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한다. 단순히 교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것은 뇌를 수동적인 상태로 유지시키는 반면, 내용을 이해하고 해석하여 자기 언어로 재구성하면서 필기하는 경우, 뇌는 능동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연결짓게 된다. 예를 들어, 강의 중 교사가 제시한 개념을 예시로 바꾸거나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메모하면, 이는 정보의 재구성과 추론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장기 기억 형성에 훨씬 유리하다. 즉, 단순 기록을 넘어 핵심을 요약하고, 관계를 파악하며, 자신의 말로 바꿔 쓰는 ‘의미 있는 필기’가 학습의 질을 좌우한다.

필기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노트 필기의 조건

 

2. 구조화된 필기가 주는 학습 효율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적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를 어떤 구조로 정리하느냐다. 무질서하게 적힌 필기는 이해를 방해하고 복습의 효율도 낮아지기 쉽다. 반면, 논리적이고 시각적인 구조가 있는 필기는 학습자가 정보 간의 관계를 더 잘 파악하게 해준다. 대표적인 구조화 필기 방식으로는 마인드맵, 콘셉트 맵, 코넬 노트 방식 등이 있다. 마인드맵은 중심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 개념을 가지처럼 뻗어나가게 하여 계층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정보의 유기적 관계를 한눈에 파악하게 해준다. 콘셉트 맵은 개념 간의 관계성과 흐름을 선과 연결어를 통해 설명하며 복잡한 내용을 단순하게 구조화할 수 있다. 또한 코넬 노트는 왼쪽에 핵심 키워드를, 오른쪽에는 세부 내용을, 하단에는 요약을 적는 방식으로 노트 전체에 체계적인 틀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화는 단순히 보기 좋은 형식을 넘어, 인지적으로도 정보의 정리, 비교, 요약, 연결을 용이하게 해주기 때문에, 학습 이후 복습이나 시험 대비 시에도 월등한 효율을 발휘한다.

 

3. 선택적 필기와 개입된 사고의 힘

모든 정보를 다 받아적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학습의 본질적인 목표인 ‘이해’와 ‘적용’을 저해할 수 있다. 인간의 작업 기억 용량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적느라 핵심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효과적인 전략이 바로 선택적 필기다. 선택적 필기는 핵심 개념, 반복 강조된 정보, 논리적 흐름에 집중하여 내용을 선별적으로 기록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중요한 것만 적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내용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인지적 개입’을 전제로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기록할지 결정하는 과정 속에서 학습자는 정보를 깊이 있게 처리하고 기억에 더 오래 남게 한다. 이러한 방식은 학습 후 스스로 내용을 설명하거나 응용하는 능력을 키워주며, 단순 암기형 학습과는 차별화된 사고 중심의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선택적 필기는 양보다 질에 집중하고,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전략으로 작용한다.

 

4. 복습 가능한 필기를 위한 정리와 가공

처음 작성한 필기는 정보의 ‘초안’일 뿐이며, 진짜 학습 효과는 이후 복습 과정에서 결정된다. 많은 학습자들이 필기한 노트를 한 번 보고 끝내는 경우가 많지만, 심리학 연구는 복습 가능한 필기의 중요성을 강하게 강조한다. 복습 가능한 필기란 단순히 다시 보는 것이 아니라, 필기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가공해보는 ‘2차 처리’를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필기의 틀을 재구성하거나, 자신의 언어로 요약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시각화함으로써 내용을 장기 기억에 더욱 강하게 각인시킨다. 예를 들어, 필기한 내용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바꾸어보거나,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요약 노트를 만들어보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다. 또, 이전에 필기한 노트를 일정 시간 후에 다시 읽으며 메모를 추가하거나 새로운 예시를 보완하는 것도 반복학습의 강력한 도구가 된다. 결국, 복습 가능한 필기란 필기 이후의 학습 가능성까지 고려된 전략이며, 이는 단기 이해를 넘어선 심화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